반응형 모닥불 앞에서15 나를 위해 일한다는 것 1. 금요일 오전, 팀원과 잠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본인이 가고자 하는 커리어의 방향에 지금의 조직이 도움이 되는 곳인지 고민이 된다는 얘기를 했다. 누가 봐도 성실하고 열심이었던 그였기에 이런 생각이 조금은 놀라웠다. 오랜 시간 고민의 시간으로 힘들었던 속내를 내비친 그는 어린 나이였지만 미래에 대한 뚜렷한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일에 대한 로열티는 스스로를 향해 있었다. 2. 오후에 외근이 있어 업체의 팀장과 만났다. 업무적인 미팅이 끝나고 비슷한 연배에 있던 그와 '라테' 시절의 첫 직장 얘기를 나누게 됐다. 나의 퇴근시간은 팀장이 퇴근하는 시간이었고, 팀장의 말은 곧 법이었다. 조직의 결정에 개인의 생각과 취향은 고개 들지 못했으며, 나의 영업적 성과는 언제나 팀장의 업적.. 2024. 1. 20. 더 좋은 것을 물려주어야 할 때 꽤 오랜만에 팀 매니저 전체 회식을 했다. 세 그룹의 세일즈 조직이 온전한 매니저 포지션을 완성하는 데까지 10개월이란 시간이 소요되었고 그 과정 또한 순탄치 않았다. 한 사람이 오는 것은 그 이의 인생이 오는 일이라 하지 않았던가. 쉬워서는 안되는 일임이 분명했다. 허나 그만큼의 뿌듯함과 감사함은 어제 모임의 여운으로 남아있다. 우리는 언제나 고민의 과정 5%, 실행의 비중 95%를 유지해야 하는 실행조직이다. 매 순간 치열한 전투가 일어나고 내상을 입기도 하며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현장의 고군분투를 값지게 하기 위해, 보다 빠르게 완벽한 조직을 만들어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우선순위, 인력 부족, 프로세스 미비 등의 이유로 살뜰히 챙기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202.. 2024. 1. 7. 공평한 게임 인생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수능 날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매일의 시간은 우리가 치르는 모의고사와 같은 것. 준비를 했든 아니든 모두가 동일하게 24문항을 풀어간다. 초기의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게임이라는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출발선이 동일하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삶이 있을 것인데, 출발선이 같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며 이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질에 대한 공평함이 살아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거듭된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전진했던 시간의 누적은 성장과 목표달성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남들보다 여유롭고 안락함을 동반했던 출발을 했던 이들은 그들 스스로 간과했던 모의고사라는 기회를 성실히 대하지 못하여 인.. 2024. 1. 6. 떠난 후에 기억에 남는 전 직장에서 2년여의 시간을 함께했던 팀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안부 인사 겸 연말 인사를 위해 찾아준 그녀에게 감사했다. 당시 대학 졸업 후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그녀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 나는 그야말로 첫 '사수'였던 셈이다. 인터뷰 때부터, 온보딩 교육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늘 긴장한 상태였다. 목소리는 떨렸고 많은 부분에 조심스러워했다. 세일즈를 진행해야 하는 담당자로서 모든 것이 어색하고 힘든 적응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가망 거래처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반응에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 신입사원의 패턴을 그녀라고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했던 조언들은 지금의 어려움을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첫 직장, 첫 사수와의 사연을 부지기수로 갖고 .. 2024. 1. 6. 자녀를 위한 기도: 너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늘 무엇인가 되기를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당연했던 사회적 환경과 교육의 영향으로, 우리는 내가 되어보기도 전에, 나를 대변할 존재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금의 대가를 지불한 시간이 흘러서야 깨닫게 된 것은, 나 스스로의 모습을 찾고 내가 되기 이전에 그 누구도 영혼 없는 무엇이 될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왜 우리는 애초에 이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교육받지 못했던 것일까. 이런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는 여유마저도 우리 세대에겐 과분했던 것일까.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지나온 42년이라는 시간의 지불로 너희들에게는 그리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며, 기쁨과 사랑의 가치를 느낄 수 있고, 가족의 소중함과 시간의 유한함 사이의 간극에 슬퍼할 .. 2024. 1. 6. 어쩌다, 초등학생 일요일 새벽 한 시 반, 원인모를 너의 울음에 나와 네 엄마는 눈이 떠졌다. 아마도 본 적 없는 공포스러운 존재와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꿈에서 맞닥뜨렸기 때문이겠지. 안아주고 토닥여도 너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고 네 엄마보다 예민한 나는 뒤척이다 세시반에 눈을 떠버렸다. 다시 잠들 수 없음을 알고, 마침 너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안방 천장을 유영하는 탓에 이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다섯 시가 되기 전에 이불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나마도 내가 옆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네 왼쪽다리로 한참 동안을 물컹한 내 배 위에 올려둔 채 꿀잠을 자는 리츄얼 덕에 머리맡에 둔 E-Book 리더기를 벗삼아 두 시간 가량을 버텨낸 후였다.(종이책 신봉자에 가까운 나는, 작년 말 큰 맘먹고 구입한 E-Book 리더기로 .. 2024. 1. 6. 이전 1 2 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