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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27

떠난 후에 기억에 남는 전 직장에서 2년여의 시간을 함께했던 팀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안부 인사 겸 연말 인사를 위해 찾아준 그녀에게 감사했다. 당시 대학 졸업 후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그녀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 나는 그야말로 첫 '사수'였던 셈이다. ​ 인터뷰 때부터, 온보딩 교육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늘 긴장한 상태였다. 목소리는 떨렸고 많은 부분에 조심스러워했다. 세일즈를 진행해야 하는 담당자로서 모든 것이 어색하고 힘든 적응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가망 거래처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반응에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 신입사원의 패턴을 그녀라고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했던 조언들은 지금의 어려움을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첫 직장, 첫 사수와의 사연을 부지기수로 갖고 .. 2024. 1. 6.
왜 떠나는가: 퇴사하는 이들을 위한 랩소디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졸업하고 쉽지 않았던 여러 개의 관문을 거쳐 취업에 성공한 우리는 왜 떠나려 하는가? 조직에의 적응에 실패해 낙오자가 된 것만 같고, 연일 들여다보는 SNS에서는 여기저기 젊은 나이에 수십억, 수백억 자산가가 되었다는 포스팅이 넘쳐난다.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스크롤을 내리다 문득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이미 자정이 넘어있고 나는 또 오늘과 별다를 바 없을 내일을 생각하며 잠들 수 없는 밤을 보낸다. 많은 이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 15년간 두세 차례 이직을 했던 나에게도 이러한 시간이 있었다. 취업은 힘겨웠고 퇴사는 어려웠으며 이직은 짧게나마 달콤했다. 성장을 기대했고 소수는 성공을 꿈꾸었을 것이다. 쏟아지는 업무의 무게가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2024. 1. 6.
나는 일하기 싫은 사람입니다 나에게 부족한 것이 일정 수준에 오르지 못한 자기 계발 탓인 것만 같아 수십 권의 책들을 쌓아두고 읽고 정리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왜 계속 도망치려 하는 것인지, 좀 안정됐다 싶으면 왜 다시 한눈을 팔게 되는 것인지 누군가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길 기대한 적도 많았다. 지난 15년간 좋은 직장을 두루 거쳐오며 크게 다르지 않은 조직의 생리가 불합리로 설명되었던 나의 이해는 그 공간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 강한 욕망에 불을 지폈다. 깊게 생각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때로는 감정에 호소하는 설득의 작업이 '일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범적이고 생산적인 모습이라 여겼다. 대학생활 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많은 것들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전공과 교양을 아우르는 통합적 지식의 발현이 목적이 아닌 앞으로.. 202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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